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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묻지마 살인과 이에 대한 대응
번 호
  1685
등록일
  2016-06-02 09:24:34
글쓴이
  관리자

기사제공:법무법인세창 변호사 김상일

최근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공용화장실 살인사건으로 누구나 묻지마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전국적으로 확산 중입니다. 2012~2015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모두 213건으로, 한 해 평균 53.25건이 발생하여, 일주일에 하루는 예기치 않은 범죄에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어떤 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극한 상황에 내몰린 범죄자가 자제력을 잃고 신체적, 사회적으로 약자인 피해자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의 기본적 배경에는 사회적 소외와 생활상의 어려움, 정신적 장애 등으로 인한 분노를 한순간 폭력적으로 분출한 것에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개인적 소인으로서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사회적 요인으로서 범죄에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는 공중화장실에 대한 체계적인 공적관리가 집중 조명되고 있습니다.

2008. 3. 21. 신설되어 2009. 3. 22.부터 시행된 정신보건법 제37조의2 외래치료명령제도는, 의사가 자신이 진료한 정신질환자 가운데 과거 이력을 고려해 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외래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청구를 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환자에 대해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년 이내에서 외래치료를 명할 수 있고, 만일 환자가 치료를 중단할 때에는 그 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성의 정도를 평가해 강제 입원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된 조현병(속칭 정신분열증)은 약물치료만 잘 받아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고 완치도 가능해 그만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게 중요한 대표적 정신장애이지만, 이를 꾸준히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10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만약 앞서 언급한 '외래치료명령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번 '묻지마 살인'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래치료명령제도'는, 환자들이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여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역시 환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논란 자체가 부담스러워 동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외래진료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의 불명확성도 문제여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두고, 이를 일정 경우 의무화하는 등 규정이 좀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외래치료명령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신보건법 시행령과 동시행규칙 개정안을 2017년 5월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번 살인사건의 범죄장소로 활용된 남녀 칸이 분리되지 않은 공중화장실은 전체 공중화장실(1만 2천 875곳)의 13.4%인 1천 724개소라고 하며, 그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및 유사범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 제1항에 따르면, “공중화장실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어, 남녀 공용으로 운용되는 공중화장실은 일단 현행 법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 조항 단서에서는 행정자치부령에 의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는 주유소, LPG충전소, 수영장, 체육도장, 골프연습장, 당구장, 남녀공학이 아닌 학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2004. 1. 29)되기 이전에 지어진 화장실의 경우 위 남녀화장실 구분 규정이 소급적용되지 않으며, 시장·군수·구청장이 민간화장실 가운데 공중이 이용하도록 지정한 개방화장실의 경우 위 법령에서 규정한 지정기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일반 상가 화장실은 남녀 분리를 강제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민간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바꾸는 등 안전 대책 마련 등을 위해 관련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화장실 전수 조사 등을 통해 남녀 분리 화장실의 경우 운영비 일부 지원 등을 홍보한다고 하니 늦었니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마련에 급급한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이번 만큼은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회안전망 전반에 관한 유비즉무환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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