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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자나깨나 불조심해도
번 호
 
등록일
  2017-09-29 21:22:04
글쓴이
  관리자
법무법인 세창 강백용변호 사

자나깨나 불조심을 해서 불이 안 나야 하겠지만 불은 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한 피해는 막대합니다. 화재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오롯이 그 책임을 모두 부담하여야 하므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한, 그리고 그 보험이 손해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회사의 경우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개인은 파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이 지점에서 법이 법의 논리로 개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에 법이 개입하는 것은 무턱대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할 수 밖에 없는데, 화재의 경우에는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상태가 되므로 그 흔적만을 근거로 화재의 원인이나 책임소재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통상 화재보고서를 보면 방화가능성, 전기적 원인, 기계적 원인, 화학적 원인, 자연적 요인, 가스누출가능성, 인적 부주의 등을 검토하나 ‘원인미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화재의 원인을 어느 것으로 파악하는 경우에도 ‘추정’이라는 정도만 기재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사건이 법원에 제기되었는데 판단을 아니할 수는 없으므로 이 때 법적인 개념도구로서 ‘입증책임’이 등장하게 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화재사고의 경우 ‘미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입증책임은 더욱 위력을 갖게 되고,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고 볼 것인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의 입장을 변경한 판결이 선고 되었으므로 이에 대해서 간략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증책임은 청구원인이 불법행위인지 채무불이행 책임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를 주장하는 자, 즉 피해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요건들을 입증하여야 하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는 채무자, 즉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자신이 할 일을 다 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계약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매우 불리한 지위에 처하게 되고, 계약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책임을 묻기 위한 제반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화재사고로 돌아와 보면, 임대차계약이 있는 경우에 화재가 나면 채무자, 즉 임차인이 자신의 과실이 없이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사실상 이와 같은 입증을 하기가 용이하지 아니하므로 그 책임을 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자신의 집에 다른 누군가가 불을 냈다고 불법행위를 주장하게 되면 그 사람이 불을 냈다는 것을 자신이 입증하여야 하므로 목격자 등의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이를 입증하기가 용이하지 아니합니다.

이와 같이 종전의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이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피해자, 채무불이행 책임의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본 데서 더 나아가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라는 제한을 두기는 하였지만 임차목적물 외의 부분에 발생한 손해부분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존재하는 입증책임배분의 원리를 그대로 확장 적용하여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습니다.

얼핏 보아도 불법행위, 채무불이행에서의 입증책임의 차이가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라는 것으로 동일해 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었는바, 올해 2017. 5. 18.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아 종전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사실 변경 전 판결의 논리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니 그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다수의 대법관들도 동일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사뭇 반가웠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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